CEO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압도한다" 
세림조경 조정윤 대표


목소리 크고, 힘이 세다고 하여 일을 잘하는 시대는 멀찌감치 떠나간지 오래다. 지금은 더욱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빠르게 찾아내어 실행하는 사람이 우월한 사회다. 목소리가 작다고, 힘이 약하다고 움츠리거나 피하는 일은 변명에 불과한 시대인 것이다. 요즈음 시공업계에는 여성만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앞세워, 본인만의 입지를 더욱더 굳혀가는 여성 조경가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번 호에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세심한 배려와 따뜻함으로 직원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때로는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사람들을 리드해 가는 ㈜ 세림조경의 조정윤 대표를 만나보았다.


조경과의 인연?


1996년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아버님이 운영하고 있는 조경회사에 입사하였다. 어릴 적부터 보아온 가업이기에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았지만, 직접적으로 실무를 접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엄격하신 아버님의 뜻에 따라 회사의 경리로 시작하여, 각 부서의 문서를 수발하고 처리하는 것이 전부였다. 조경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일은 관공서의 서류를 맞추기 위해 현장사진을 찍고 내역서에 제시된 금액을 맞추는 정도. 이렇게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조경 실무에 대한 감각을 조금씩 키워나가게 되었다. 


처음으로 담당하게 된 현장? 

경리 업무를 보면서 조경업에 대한 흥미를 조금씩 느껴가고 있을 무렵, 느닷없이 맞게된 첫 조경현장 - 뚝섬에 위치한 성원아파트 2개동의 조경공사현장(성원건설 발주) – 어릴적부터 보아왔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2년 간의 관련 업무를 보았다고는 하지만 현장실무라곤 사진밖에 찍어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현장을 맡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책에서만 보아왔던 레벨측량.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할 뿐. 고맙게도 손을 내밀어 주신 분은 현장에서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었다. 빗자루 하나 들고 따라다니며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워가며 일을 시작하였다. 지금도 차를 타고 강변북로를 지나면 항상 눈이 머무는 곳이며, 그 때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시던 분들이 지금도 내 곁에 계신다.


여성으로서의 장점?

업무 관계자를 만나거나 직원들과 대화할 때 나오는 부드러움은 충분히 강함을 압도할 수 있다. 디자인을 담은 설계중심의 시공이 많아지게 되어, 섬세함과 부드러움은 이제 시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각이 되어 버렸다. 이는 대화를 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시공을 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나타내는 마감 공정은 더욱더 세심한 손길을 필요로 한다. 회사 업무를 진행하면서도 마감공정이 진행될 때만큼은 되도록이면 현장을 둘러보려 노력한다.

지금 하는 일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회사 대표로서의 업무이다. 조직과 현장 인원을 관리하며, 입찰, 수주 등에 관여하고 있다. 회사라는 하나의 조직을 관리하며 더욱더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방법을 배우며 행하고 있다. 실무 초기에 있을 때는 알지 못하였으나 조금씩 직책이 올라감에 따라 우격다짐이나 힘은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공업무진행 시에도 마찬가지로, 공사를 진행함에 있어 담당자와 충분한 대화를 갖고, 현실에 맞는 시공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여건을 마련하고자 노력한다. 현장에 나가 눈물로 밤을 지새워 본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현장소장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기에 더욱더 일을 하는 입장에 서려고 노력하며, 타인의 의견을 존중한다. 조직과 현장 인원을 관리함에 앞서, 가슴 속에 담아 놓은 눈물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처음으로 시공현장에 나오는 초보 조경인들이 현장에 처음 들어가게 되면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앞세워, 초보자로서 배우려하기보다는 본인의 지식을 어떤 방식으로 접목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미 조경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은 학력과 지식을 떠나, 많은 경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다. 학교에서 배웠던 모든 지식은 일단 뒤로 한 채 무조건 배우고, 어느 정도의 현장경험을 쌓은 후에 본인의 지식과 접목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 생각된다.

또한 고인이 되신 아버님이 그러하셨고, 나 또한 그러하듯이 자연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비록 아무 말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나무일지라도 하나의 생명으로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조경이 아무리 발달하고 바뀐다 할지라도 그 근본은 자연에 있으므로, 더욱더 소중히 다루어야 할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개인적인 감정을 떠나 한 회사의 대표로 있다는 것은 한 가족의 가장과 다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주었다. 또한 가족을 믿지 못하고 가족을 보살피지 못하는 것은 가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치며, 카리스마 넘치는 섬세한 눈빛도 보여주었다. 대화를 함에 있어서도 무거운 분위기가 시작되는가 하면 어느샌가 화기애애한 대화의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고, 다시 또 육중한 눈빛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고, 여성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겸비한 리더십이 한층 더 빛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공을 통해 축적되어온 기술과 공법을 설계에 직접 접목하여, 보다 더 현실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그녀가 조경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귀감이 될 수 있는 조경전문가로 시공분야에 우뚝 설 수 있기를 소원해본다.